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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인터뷰

[인터뷰] 다시 시다, 다 시다, 시를 하라. 정끝별

 

정끝별 시인 

1988년 『문학사상』 등단, 199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

시집 『와락』 『은는이가』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등.
유심작품상, 소월시문학상, 청마문학상 수상.

 

 

시인의 출발점은?
 
시인의 아버지가 순 한글로 지어주신 이름 정끝별. 인문학도이셨던 아버지의 서재에는 많은 책들이 꽂혀 있었다. 그 속에서 자란 시인은 평범한 중, 고등학교시절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국문학과를 선택한다. 이화문학회에서 문학을 배우고, 시가 깊다는 것을 배우고, 사람이 아름답다는 걸 배운다. 그리고 시인의 꿈을 꾼다.

“나에게 시란 하나의 종교 같은 것이고, 불가능한 일이지만 도전할 수 없는 것을 꿈꾸는 혁명과도 같은 것이다. 시의 힘은 거기에 있다.”


Q. 정끝별 시인이 생각하는 시인이란?
 
세상의 관계를 새롭게 맺어주는 자이고 세상에 새롭게 이름을 부여해주는 자가 아니던가. 기쁠 때나 슬플 때, 힘들 때나 사랑을 전할 때 시의 마음을 빌리지 않던가. 그때마다 우리 삶이 살 만한 것이고 그 삶의 마디마디가 소중하고 벅찬 순간들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는 결코 몇몇 시편의 속성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마주하고 들이마셨던 ‘그 누구’ 혹은 ‘그 무엇’의 영혼 속에 있는 지평이다.


Q. 이 시대의 시는 무엇이며,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시는 정치가 아니고, 종교가 아니고, 경제도 아니다. 전쟁이나 가난을 막지도 못하고 유토피아를 건설하지도 못한다. 하지만 총이나 돈이나 밥의 논리가 닿을 수 없는 영역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사람의 마음속에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오게 해줄 수 있다. 정신의 배를 채워주고 영혼의 갈등을 채워 줄 수 있다. 
시어가 자리를 내어준 그 함축의 행간에서, 숨죽여 우는 숱한 얼굴을 가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리에게 받아들일 가치가 여기 있고 내뱉고 싶은 목소리가, 지금 있다면 시는 쓰여질 것이다. 언제나 어디서나 재발견되고 다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다 시이고, 다시 시이다. 
시의 위의(威儀)는 쓸모-없음의 아름다움에 있다. 쓸모–없기에 우리를 억압하지 않고, 쓸모-없음으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언어의 힘을 믿고 그 언어의 힘을 빌려, 희망을 노래할 수 있게 하고 유토피아를 꿈꿀 수 있게 한다. 시는 ‘쓸모없음’을 아름다움으로 전화시킨다. 시를 하라, 우리의 침묵을, 모어에 담긴 시심을, 인간이 이 땅 위에 시적으로 거주함을, 쓸모-없음의 아름다움을, 온몸의 사랑을 하라. 가장 멀리에 가 닿도록!  | <혁신 이화 특강> 발췌


Q. 여섯 번째 시집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 를 소개하는 글에는 ‘애너그램의 장인’, ‘애너그램의 대가’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는데, 에너그램에 대한 설명을 조금 더 해주신다면? 

새로운, 낯선 것에 대한 발견 없이는 시적인 발견도 없어요. 익숙한, 통속적인 것을 어그러뜨리는 게 관계 재배치예요. 관계를 끊어버리고, 다시 읽고 치환해내는 것, 그것은 조사, 단어, 문장, 행과 행, 연과 연, 사유, 패러다임과 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바꿀 수 있어요.


Q. 시인이 생각하는 아름다운 가치는 무엇인가요? 

그동안 자신을 위해서 혹은 자신과 싸웠다면, 이제는 약자와 타자를 위한 보다 적극적인 반대와 연대들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성 평등, 다양한 성의 상생, 성의 자유는 우리 사회가 꿈꾸어야 할 지향점이기에 이 사회의 절반인 여성들이 ‘여자라는 이유’로 가해지는 온갖 강요와 불의와 폭력들에 저항하고 반대하려 합니다.


시인의 말 

모든 구상화가 초상화고 
모든 초상화가 추상화인 까닭

고백이 주문이 되고
주문이 외마디 시가 될 때까지

여기서부터
좋은 냄새가 날 거야 
                         - 시집 『봄이고 첨이고 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