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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인터뷰

[인터뷰] 시인아, 시인아, 지금 너 어디 있느냐, 최서림

 

최서림 시인 

1993년 『현대시』 등단
시집 『이서국으로 들어가다』 『물금』 『시인의 재산』 등 다수.
애지문학상, 동천문학상 수상.

 

 

시인의 출발점은?
 

경상북도 청도에서 9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부모님의 생활터전이었던 풍각면 시장주변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며 일찍이 거친 세상을 읽는다. 화가를 꿈꾸고 시인을 꿈꾸던 고등학교시절, 대구에서 자취생활을 하면서도 장학금을 놓치지 않는 우등생이었다. 

나를 시인으로 키운 건

초등학교도 못 나온 아버지와 어머니다

나를 들판의 망아지처럼 풀어놓은 아버지와 어머니다

                                                                    - 시인의 탄생일부




Q. 최서림 시인이 생각하는 시란?
 
시란 인간학이다. 언어를 지닌 인간만의 몫이다. 인간은 언어로써 자연 만물과의 바른 관계를 모색해야 한다. 원래 아담이 지녔던 문화능력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는 우리의 미래적인 이상적 모습을 과거 아담에게서 찾을 수 있다. 다른 동식물도, 무기물들도 그것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관계를 회복하는 것이 바로 자연환경에 대한 인간의 책임이고, 인간의 윤리적 몫이다.



Q. 시인이 생각하는 서정시란?
     
서정시학, 좁게 말해서 서정주의시학은 근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엄청난 시련과 연단을 받는다. 순수 서정주의시학을 견지하려면, 그것을 파괴하는 근대적 힘에 맞설만한 견고한 형이상학적 성채를 구축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난 파도처럼 끊임없이 덮쳐오는 근대의 어두운 힘, 즉 자본의 논리, 인간의 이기심과 죄성의 무차별적인 공격 앞에서 끈질기고도 완강하게 버티며 살아남을 수 없다. 따라서 근대 이후에는 아무나 서정 시인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Q. 나는 정말로 나를, 세상을 사랑할 수 있는가, 사랑하고 있는가.

오늘날은 서정의 위기 시대이다. 막연히 문학의 위기가 아니라, 서정의 위기다. 이 서정의 위기는 단지 미디어 문제로 해결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인간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이다. 시의 위기가 어디 매체문제로 해결될 성 싶은가. 서정시의 운명은 근대사회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태도와 의지로 귀결될 것이다. 나는 나름대로 굳건한 형이상학을 지니고 있다.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서정시학에 대한 확고한 믿음과 집념을 지니고 있다. 그러한 나도 요새 너무나도 자주 회의에 빠지곤 한다. 숨 쉴 틈도 없이 덮쳐오는 자본의 파괴력 앞에서 어떻게 더 이상 서정시를 계속해서 쓸 것인가. 끝없는 의문이 내면에서 솟아오른다.
 

 
詩는 가시 같은 것
세상의 가시를 더듬다
스스로 가시가 되는 사람
목구멍으로 가시를 토해내다 막혀
눈알이 불거지도록
온몸으로 가시가 삐죽삐죽 비집고 나온다
                                                     - 「시인」 일부
 
이제 시인들은 사치스러운 절망과 죽음의 가장행렬에서 돌이켜 진지한 ‘고통’으로 돌아와야 한다. 즉 진짜 서정시의 세계로 귀환해야한다고 시인은 말하고 있다. 앞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서정시를 찾아 새롭게 갱신해나가려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