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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파문학 2020 가을호] 김문주 시인의 [시창작교실]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김문주 시인의 [시창작교실]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시창작교실 - 은유에 관하여 김문주 한 계절이 방안에서 지나는 동안 꽃은 피고 관객 없는 무대 위의 배우처럼 나는 방안에서 여전(如前)한 선생이었다 그 말을 하지 말 걸 그랬나 또 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다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꺼내놓기도 하다가 천변(川邊)을 걷는다 시인은 잘 보는 사람, 견자見者이기도 하고 잡풀이 우거진 택지지구 한편에서는 철골 건물들이 올라가는데물가에서 잠맥질하는 오리들. 비유는 너머를 보는 능력 도대체 이곳은 어디일까 흰 복면을 하고 천변을 걷는 사람들 돌아온 방안에서는 강의도 어느새 끝이 나고 학생도 선생도 없는 피안彼岸의 교실 모니터 앞에서 나..
[작품평] [초록의 눈] 시집 작품평 김근숙 시집 [초록의 눈] 작품평 놀라운 인내와 관성으로 견디어 일어서는 성자의 모습 - 작품평 | 지연희 시인 시를 쓰는 데 있어 그 구조적 유형은 최소한 30여 종의 갈래로 구분되어 있다. 까닭에 어떤 시를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구상은 절대한의 필요 불가결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다양한 감성의 가닥으로 시인들은 자신이 선택한 의도에 대한 심도 깊은 의미를 세부적으로 설계하여 시의 집을 짓는다고 보아야 한다. 물론 대개는 서정시의 기틀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서사시에서 풍경시, 사물시에 이르기까지 집필의 방법론에 대한 구성을 고뇌하고 있다. 2019년 계간 『문파』 문학 신인상 시 부문에 추천되어 시인의 길을 걷고 있는 김근숙 시인의 첫 시집 「초록의 눈」의 출간을 준비하며 김 시인의 시 7..
[작품평] [팝콘이 터질 때] 시집 작품평 이주현 시집 『가고 오네』 작품평 시인의 고뇌와 시인의 사유에 가까이 서서 - 작품평 | 지연희 시인 문학은 인생의 근원적 가치에 대한 심도 깊은 성찰이다. 꽃이 계절의 질서에 맞추어 피고 지는 일처럼 한 편의 시에 내장되어진 의미들의 정서가 어쩌면 삶을 지탱하는 팩트인지도 모른다. 가냘프기 짝이 없는 인간의 육신이 정신의 태도로 지배되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시는 인간의 정서를 다룬다고 했다. 19세기 후반 미국의 시인 로빈슨(E.A.Robinson, 1869~1935)은 시는 말할 수 없는 것을 우리에게 말하려 한다고 했다. 시는 아이디어, 의미, 태도, 정서 등으로 그 의미를 강조하려는 견해로 정의하려 하기 때문이다. 윤복선 시인의 제2시집 출간의 의미도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깊은 통..
[작품평] [시간의 얼굴] 시집 작품평 김태실 시집 『시간의 얼굴』 작품평 광대들의 무대, 신명나게 춤추는 몸짓 뒤에 - 작품평 | 지연희 시인 ‘시는 인간의 정서를 다룬다. 어떤 장면이나 어떤 경험이나 어떤 애착에 의해 생긴 시인 자신의 정서와 감정을 제시한다.’고 했다. 까닭에 시인은 어떤 논리의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자유를 통하여 과학적 언어로 말하거나 진술하지 않으며 시인의 상상력이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미묘한 정서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심도 깊은 사유로 제2시집의 의미를 절실한 언어로 표현해 준 김태실 시인의 총 76편의 시는 총체적 삶의 비평으로 독자의 질문에 답하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영국의 시인이며 평론가인 마테 아널드(Matthew Arnold)는 ‘시란 시적 진리와 시적 미의 법칙에 의한 비평에 ..
[계간 문파문학 2021 봄호] 김성규 시인의 [하루 전날] 시 낭송 2021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김성규 시인의 [하루 전날]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하루 전날 김성규 짐을 나르는 그의 뒤에 죽은 사람이 서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지독하게 지쳐 쓰려졌을 때 그는 슬픔을 느꼈을까요 잠들기 직전 펜을 잡고 써봅니다 내가 바라는 게 무엇이었는지 슬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쓰러져 잠에 빠진 날 죽은 사람이 나를 보고 서 있습니다 잠 속에서 나는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 날, 아니면 그다음 날 그만두어야 함을 알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줄 써봅니다 아무리 고통을 당해도 마음은 단련되지 않습니다 죽은 사람이 내 이마를 쓸어주고 있습니다
[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함기석 시인의 [뒤 보이스]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겨울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함기석 시인의 [뒤 보이스]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뒤 보이스 함기석 독이 퍼지는 하늘이다 블루베리 케이크 옆 비틀어진 손목이고 사각(死角)의 탁자다 그 위에 놓인 검은 브래지어 찬 구름이다 끓고 있는 빗물이고 차도르 쓴 이란 여인의 슬픈 눈동자다 몇 방울의 타액, 몇 점의 가지 빛깔 흉터들 새벽안개 속 무연고 무덤이다 아무도 없는 겨울 숲에 번지는 흰 총소리 뒤의 깊은 뒷면 납치된 피, 물속에서 피아노가 울고 있다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문신 시인의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여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문신 시인의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문신 하루쯤 휘청, 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도 좋으련만, 누군가 묵묵하게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아 심심한 목덜미를 기웃거리며 아내는 외출을 준비하고, 식탁 위에 놓인 수저 한 벌이 흐리다 이런 저녁이면 자주 흘려놓던 한숨도 부질없다 부질이라…… 이 말에는 쇠에 불을 먹여야 단단해진다는 대장장이의 통찰과 노동의 역사가 있다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또 일없이 맞이하는 저녁이야말로 부질과 먼 일이다 그럼에도 밥그릇을 비우고 흘린 밥알을 훔치고 수저를 씻어 수저통에 가지런하게 눕혀놓는다 이렇게 살아보니 사는 일만큼 허..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송진권 시인의 [물속의 결혼식]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송진권의 [물속의 결혼식]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물속의 결혼식 송진권 물속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색색 물들인 피륙을 실은 해마들과 떠돌이 방물장수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다 청첩을 들고 몇몇은 일각 고래를 타고 떠나거나 병에 편지를 담아 빙산 위의 은자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해저동굴에서 가져왔다는 큼직한 진주 알이 가짜로 드러났지만 아무도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신부의 어머니는 시종일관 울었으나 아버지는 담담하였다 신부는 뭐가 좋은지 깔깔대며 새우 더듬이나 쥐어뜯었고 철부지 신랑은 복어를 걷어차며 친구들과 놀았다 성장을 한 들러리들은 모두 육지에서 온 빈 소라고둥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