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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문파문학 2020 겨울호] 함기석 시인의 [뒤 보이스]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겨울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함기석 시인의 [뒤 보이스]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뒤 보이스 함기석 독이 퍼지는 하늘이다 블루베리 케이크 옆 비틀어진 손목이고 사각(死角)의 탁자다 그 위에 놓인 검은 브래지어 찬 구름이다 끓고 있는 빗물이고 차도르 쓴 이란 여인의 슬픈 눈동자다 몇 방울의 타액, 몇 점의 가지 빛깔 흉터들 새벽안개 속 무연고 무덤이다 아무도 없는 겨울 숲에 번지는 흰 총소리 뒤의 깊은 뒷면 납치된 피, 물속에서 피아노가 울고 있다
[계간 문파문학 2020 여름호] 문신 시인의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여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문신 시인의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누군가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 문신 하루쯤 휘청, 하고 그대로 주저앉아도 좋으련만, 누군가 묵묵하게 페달을 밟아대는 저녁이다 물기가 마르지 않아 심심한 목덜미를 기웃거리며 아내는 외출을 준비하고, 식탁 위에 놓인 수저 한 벌이 흐리다 이런 저녁이면 자주 흘려놓던 한숨도 부질없다 부질이라…… 이 말에는 쇠에 불을 먹여야 단단해진다는 대장장이의 통찰과 노동의 역사가 있다는데, 아무런 생각 없이 또 일없이 맞이하는 저녁이야말로 부질과 먼 일이다 그럼에도 밥그릇을 비우고 흘린 밥알을 훔치고 수저를 씻어 수저통에 가지런하게 눕혀놓는다 이렇게 살아보니 사는 일만큼 허..
[계간 문파문학 2020 봄호] 송진권 시인의 [물속의 결혼식] 시 낭송 2020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송진권의 [물속의 결혼식]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물속의 결혼식 송진권 물속에서의 결혼식을 준비하느라 모두들 분주하다 색색 물들인 피륙을 실은 해마들과 떠돌이 방물장수들이 무시로 드나들었다 청첩을 들고 몇몇은 일각 고래를 타고 떠나거나 병에 편지를 담아 빙산 위의 은자에게 보내기도 하였다 해저동굴에서 가져왔다는 큼직한 진주 알이 가짜로 드러났지만 아무도 별로 신경 쓰진 않았다 신부의 어머니는 시종일관 울었으나 아버지는 담담하였다 신부는 뭐가 좋은지 깔깔대며 새우 더듬이나 쥐어뜯었고 철부지 신랑은 복어를 걷어차며 친구들과 놀았다 성장을 한 들러리들은 모두 육지에서 온 빈 소라고둥 속에서 쏟아져 나왔다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포..
[계간 문파문학 2019 겨울호] 안태운 시인의 [산책했죠] 시 낭송 2019 계간 [문파] 겨울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안태운님의 [산책했죠]의 시낭송을 들어보세요. 시낭송은 시인 김태실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산책했죠 안태운 산책했죠. 우산을 사러 가야지, 생각하면서. 비가 오고 있었으니까. 밖으로 나가니 그러므로 이제 필요해진 우산을 사야 할 거라면서, 나 는 산책했죠. 그렇게 우산 가게로 향했습니다. 비는 내리고 있었고 하 지만 가게에는 마음에 드는 우산이 없었어요. 아무리 봐도 우산 같지 않았어요. 잠깐 우산 같은 게 무엇인지 골몰했지만 그랬음에도 어쩔 수 없었으므로 나는 가게를 나섰습니다. 우산 같은 건 무엇인가, 생각하면 서. 할 수 없이 더 먼 곳에 있는 우산 가게로 향했어요. 우산 같은 건 무 엇인지, 비는 내렸고 가게로 걸어가는 사이 비..
[계간 문파문학 2019 가을호] 페르난두 페소아 시인의 [포르투갈의 바다] 시 낭송 2019 계간 [문파] 가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페르난두 페소아 시인의 [포르투갈의 바다] 시 낭송을 들어보세요. 포르투갈의 바다 페르난두 페소아 오, 짜디짠 바다여, 너의 그 소금 가운데 얼마가 포르투갈의 눈물이더냐! 우리가 너를 건너느라, 얼마나 많은 어미들이 울었더냐, 얼마나 많은 자식들이 부질없는 기도를 올렸더냐! 얼마나 많은 신부들이 낭군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더냐! 네가 우리의 것이 되기까지, 오, 바다여! 가치가 있었더냐? 모든 것은 가치가 있을 터인데 그 영혼이 작지 않다면. 보자도르곶을 넘어서려는 자 고통을 넘어서야 할지니… 신은 바다에 위험과 심연을 주었으나, 그 바다에 하늘을 투영케 하였으니. Mar Português Fernando Pessoa Ó mar sal..
[계간 문파문학 2019 여름호] 김경미 시인의 [청춘] 시 낭송 2019 계간 [문파] 여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김경미 시인의 [청춘]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청춘 김경미 없었을 거라고 짐작하겠지만 집앞에서 다섯 시간 삼십분을 기다린 남자가 제게도 있었답니다 데이트 끝내고 집에 바래다주면 집으로 들어간 척 옷 갈아입고 다른 남자 만나러 간 일이 제게도 있었답니다 죽어버리겠다고 한 남자도 물론 죽여버리고 싶은 남자도 있었답니다 믿기지 않겠지만
[계간 문파문학 2019 봄호] 이병률 시인의 [자유의 언덕] 시 낭송 2019 계간 [문파] 봄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이병률 시인의 [자유의 언덕]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자유의 언덕 이병률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아니리라 그러므로 나는 아무것으로도 이름 부르지 않으라는 약속을 당신에게 해야겠다 내가 당신을 불러야 할 호칭은 이제껏 중요하지 않은 것 때문이겠지만 형이라 부르면 좋겠으나 형이라 부르지 않겠다 누나라 불러도 아버지라 불러도 무방하겠지만 어머니라 부르지도 않겠다 선생이라 불러서 식음食飮하는 일의 준비를 하여도 좋고 창가의 꽃이 되어도 좋겠다 싶지만 그렇게도 않겠다 사막이었던 곳에 혼자 갔었을 때처럼 그곳에 사라진 돌 바위들과 그곳에서 사라진 거대한 무덤들과 그리고 이미 그 전에 사라져버린 왕조도 있었다 모두 모래가 되었다 무엇도..
[계간 문파문학 2018 겨울호] 송재학 시인의 [옹이] 시 낭송 2018 계간 [문파] 겨울호 [EDITOR's PICK] 코너에 실린 송재학 시인의 [옹이] 시를 저자의 음성으로 들어 보세요. 옹이 송재학 눈을 빼닮은 옹이, 내 눈동자가 옮겨갔다 누군가 혀가 굳은 입을 옹이라고 오래 기억했다 부러진 나뭇가지가 악도니 팔다리가 되어 악지 바르게 흔들리는 것도 챙겼다 그루터기가 자꾸 긁은 부분이라는 뉘우침도 차마 삼키지 못하겠다 이목구비는 연약하게 시작하지만 체온은 이미 들끓는 울력이더라 부풀었던 물집 때문에 잎사귀들뿐이었지만 손뼉 비비면서 점점 가득했지 인면 무늬를 불러들이는 새벽 숲의 눈썹들의 발자국 눈 부릅뜨기에 썩거나[腐節] 죽은[死節] 곳을 자늑자늑 지나갔다 누구에게나 맺힌 옹이, 이제 입의 근원을 말할 때가 되었다